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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ER'S LAMENT
[CoC 7th] 사냥꾼의 비탄
호수 밑바닥에 닿을, 나의 가련한 주인님.
아름다운 게넷 호수는 오늘도 평온합니다.
0. 도입, 흐린 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우중충한 흐린 하늘 아래가 시립니다.
날씨가 자연과 신의 뜻이라면…
이리도 매서운 하늘은 살생을 목전에 둔 당신을 비난하는 걸까요.
꼭 그리 느껴져 마차 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리샨샨
짜증나…
헤더 카터
... (제 앞에 앉은 도련님을 힐끔 쳐다본다. 시선은 곧바로 마차 밖의 우중충한 하늘로 옮겨간다.)
리샨샨
(자신의 말에 별 반응도 없는 헤더의 정강이를 가볍게 찬다.) 기분 나쁜 하늘이잖아. 안그래? 이런 날은 될 일도 제대로 안 풀린다고. 몸도 이 모양인데.
헤더 카터
(다리를 발로 까여도, 익숙하다는 듯 그리 놀라지 않는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앞에 앉은 도련님으로, 다시 시선을 옮길 뿐이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몸이 더 아프다고 느끼는 심리적인 현상의 글을 언젠가 본 것 같았다. 곤란하다는 듯 말한다.) 몸 상태가 안좋으세요? 음, 마차... 세울까요?
리샨샨
(마차를 세운다는 말에 이번엔 꽤 쎄게 찼던 다리를 똑같이 노려 찬다.) 세우긴 뭘 세워? 빨리 별장으로 들어가야지. 지저분한 땅을 밟을 생각도 없고 이런 좁아터진 마차에 있기도 싫어. 그 정도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냐?
헤더 카터
(반사신경으로 인해 맞은 다리가 움찔 튄다.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어린 도련님의 불같은 성질이 더 버겁다. 죄송하다는 짧은 대답을 하고, 병약한 저 청소년이 추울 듯 하여 열린 마차의 창문을 닫는다.)
HUNTER'S LAMENT
헤더가 창문을 닫자 타이밍 좋게도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곧 비가 세차게 창문을 두들기고, 서행하던 마차도 멈추고야 맙니다.
마부
도련님, 이 앞으로 물이 불어 다리를 건너기 힘들다고 합니다만…, 비가 그칠 때까지 여관에 묵고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HUNTER'S LAMENT
마부가 곤란하다는 듯 리샨샨에게 묻습니다.
헤더 카터
(불안한 표정으로 도련님을 쳐다본다.)
HUNTER'S LAMENT
모두의 시선이 쏠리거나 말거나 그는 보란 듯 혀를 차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 한가한 달에 별장으로 떠나는 휴가이니, 도련님의 성질머리만 아니라면 바쁠 것 하나 없지요.
마차는 우회해 작은 목재 여관 앞에 멈추어 섭니다.
웃돈을 얹어 가장 좋은 방 두 개를 구한 후 헤더와 리샨샨는 각자의 방에서 쉬기로 합니다.
…인제야 혼자가 되었습니다.
헤더는 출발 전 큰 주인님이 손에 친히 쥐어주었던 편지를 펼쳐볼 수 있습니다.
[큰 주인님의 편지]
고풍스러운 금빛 편지지, 장미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아이를 호수에 밀어버리렴.]
별장 뒤로는 상처처럼 붉게 진 단풍나무 숲이 있고, 그 숲속에는 너르고 아름다운 게넷 호수가 존재합니다.
그러니 편지 속 호수는 게넷 호수를 의미할 것입니다. 또, 큰 주인님께서 아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그 때, 벌컥하고 갑작스럽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할 사람은 역시 리샨샨뿐 입니다. 그는 자그마한 촛대를 쥐고 들어옵니다.
편지를 숨겨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새 창밖은 어둑한 밤, 빛이 부족한 여관은 습하고 명도가 낮습니다.
낡은 의자를 끌어와 앉는 리샨샨을 보면 편지 내용을 자연스레 곱씹게 됩니다.
그 아이를 호수에 밀어버리렴, 그 아이를 호수에 밀어버리렴….
리샨샨
마부의 말로는 내일 아침 정도에야 출발할 수 있을 거래.
HUNTER'S LAMENT
상념을 깨는 건 리샨샨의 목소리입니다.
편한 옷을 차려입은 리샨샨를 보아,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습니다.
헤더 카터
...! (편지를 급하게 접어 포켓 안에 넣느라, 큰 주인님의 질 좋고 고풍스러운 편지지가 심히 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읽자마자 도련님을 태연히 대하는 건, 본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표정이 어색했을지도. 본인은 알 턱이 없지만 말이다.) 아, 그렇군요. ...일부러 알려주러 오신건가요...?
리샨샨
... (허둥거리는 모습에도 말없이 이지혁의 낯을 살핀다. 그러다 난데없이 팔을 길게 뻗어 촛대를 헤더의 코앞으로 들이민다. 촛불로 헤더의 시야를 어지럽힌다.) 뭐하고 있었어? 표정이 안 좋네.
헤더 카터
(앞으로 불쑥 다가온 촛대와는 반대로 고개를 뒤로 뺀다. 갑작스럽게 눈 앞에 다가온 밝은 불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리샨샨에게서 촛대를 가져가 대신 든다.) 딱히 아무것도... 그나저나 불을 이렇게 사람 앞에 들이밀면 안됩니다.
리샨샨
흐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에서 빠져나간 촛대에, 텅 빈 손을 쥐었다 펴본다. 주먹을 쥐었을 때 분노가 느껴진 것 같기도...)뭐, 됐어. 심심한데 카드게임이라도 할래?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카드를 꺼내며 헤더에게 처음으로 웃음을 짓는다.)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어떤 대답을 해도 자신이 신경 쓸 바는 아니라는 듯 패를 섞고 있다. )
헤더 카터
(저 카드, 어디서 난 걸까... 라고 속으로만 태클을 걸어본다. 목제 테이블에 촛대를 고정시킨다. 하인답게 리샨샨이 앉을 의자를 뒤로 빼내어 도련님이 앉기 쉽게 해 놓는다. 본인도 의자에 앉는다.)
리샨샨
(가볍게 치자고 해 본 포커였지만... 노 페어라는 결과에 짜증이 난 얼굴로 헤더를 노려본다. 쥐고 있던 카드를 헤더쪽으로 던져버린다.) 섞어. 한번 더 해.
헤더 카터
... (투페어였는데...) 아, 네. 제가 섞죠...
(카드를 섞어서 나눠준다.)
리샨샨
(또 노페어다.)......
재미없어. (이번엔 카드를 아예 바닥에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헤더 카터
(리샨샨이 카드를 던지고 벌떡 일어나면, 그제서야 제 카드를 펼쳐든다. 하트 8,9,10,J,Q .... 하트 8,9,10,J,Q? 하트 8,9,10,J,Q?? ....헐, 스트레이트 플러시 해버렸다....)
(본인은 원래 운이 좋은 편이 아니라, 포커를 하면서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뽑아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바닥에 나뒹구는 5개의 카드-노페어- 를 보고, 혼자 속으로만 좋아하기로 했다. 아마 이걸 보여주면 저 촛대로 머리가 지져질수도...)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해보네... 속으로 좋아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노페어' 카드를 줍는다. 모든 카드를 한 데 모아, 리샨샨에게 건네준다.) 갑자기 포커는 왜 하시자고... 베팅은 뭘 하실 생각이셨어요?
리샨샨
알아서 처리해. (자신에게 내밀어진 카드를 밀어낸다. 한 번 사용한 카드는 다시 사용하지 않는 졸부의 마인드.) 그냥 잠이 안 와서 해보자고 한거야. 내가 베팅을 왜 해? 너랑 거래할게 어디 있다고.
헤더 카터
(엄청 화나셨네...카드는 본인이 치우기로 한다.) 포커는 베팅이 기본 룰이니까 그냥 물어본 거예요. 저도 딱히... 뭔가 걸 건 없어서... 거래할 게 없으셨다면 다행이고요.
(음...) 잠이 안 오시면 옆에 있어드릴까요...?
리샨샨
이런 시시한 게임... (끝까지 화가 난 듯 중얼거리다가 걸 것이 없다는 말에 눈만 돌려 헤더를 쳐다본다.) 그래, 난 너랑 거래는 안 해.
HUNTER'S LAMENT
그렇게 말하는 리샨샨은 고통을 참아내듯 머리를 누르고있습니다. 두통이 도진 걸까요?
아플때마다 성격이 안좋아지는건 어쩔수 없다지만 자신의 도련님은 정도가 심하긴 한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게임을 해줘도 이러네요.
리샨샨
필요 없어. 내가 아직도 어린애 인줄 알아? 갈래.
참, 내일 볼 게넷호수는… 난 별로 안 좋아하지만 너라면 보기 좋다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 내어 문을 닫은 채 나간다.)
헤더 카터
(쾅 닫긴 문을 쳐다본다. 아직 어린애 맞으면서... 내가 볼 땐 아직 어린애다. 저 어린애를 호수에 빠트려 죽여버리라는 큰 주인님의 명. 혼자가 된 지금, 다시 상념에 빠진다. 문을 닫기 전에 도련님이 한 말에 속으로 대답한다. 저도 게넷호수를 좋아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HUNTER'S LAMENT
물론 그가 말하는 게넷호수는... 보기엔 아름다울지도 모릅니다.
눈처럼 흩날릴 단풍잎 더미, 하늘을 닮아 시시각각 달라지는 호수의 빛깔, 그러나 그 평화로운 숲속에서 헤더가 해야 할 일은….
큰 주인님의 성격상 이 일을 해내지 않으면 호수에 빠지는 건 리샨샨이 아닌 자신이 되겠지요.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애초에 선택지 따윈 없었던 겁니다.
가주께선 어째서 도련님을 호수에 밀길 명하신 걸까요? 고작 도련님의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집니다.
알 수 없는 밤은 그렇게 깊어져만 갑니다.
1. 고요한 별장에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두 사람은 다시 마차에 몸을 싣습니다.
이슬 맺힌 눅진한 땅을 끄는 바퀴 소리, 찰방거리는 물웅덩이, 어제의 비는 심술이었다는 듯 맑게 갠 하늘.
모든 게 완벽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헤더 카터, 심리학 판정
헤더 카터
cc<=20 심리학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HUNTER'S LAMENT
리샨샨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헤더 카터
아직도 두통이 있으세요?
HUNTER'S LAMENT
리샨샨은 헤더의 물음에도 인상을 찌푸리고 손만 내칩니다.
묘한 침묵이 이어집니다.
덜컹대는 마차는 곧 예스러운 저택 앞에 멈추어 섭니다.
하얀 목조 건물 위로 녹색 이끼나 덩굴이 자라있지만, 그마저도 의도된 배치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게넷 별장입니다.
헤더 카터
(먼저 마차에서 내려서 손을 내민다. 하인스러운 행동이다.)
리샨샨
(당연하다는 듯이 헤더의 손을 잡고 내린다. 이런 행동은 어린 애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대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HUNTER'S LAMENT
별장의 층수는 하나지만 방들은 하나같이 넓어 리샨샨과 헤더 단둘이 지내기엔 적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마부
큰 주인님 말씀대로 도련님의 휴식을 위해 별장에는 아무도 없고, 가까운 마을에 저나 시종들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바로 전서구를 날려주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HUNTER'S LAMENT
싹싹한 마부마저 떠나면 별장에 남은 건 리샨샨과 헤더, 둘뿐입니다.
헤더 카터
....(침묵이 어색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먼저 별장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기를 택한다.)
HUNTER'S LAMENT
별장의 문을 열고 도련님을 기다리고 있자... 리샨샨은 별장 정원으로 걸어갑니다.
헤더 카터
....
리샨샨
난 정원에서 쉬고 있을 테니 시끄럽게 굴지 말고 청소나 하고 있어.
HUNTER'S LAMENT
모시는 주인의 말을 따르자면, 해가 지기 전까진 자유 시간입니다.
헤더 카터
몸이 안 좋아보이시는데 안에서 쉬시는 건... 어제 비가 와서 바람이 차니까요.
리샨샨
평소엔 사람이 드나들지도 않고 시종들이 급하게 한번 청소해 놨을 그 먼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라고? 됐으니까 꼼꼼히 살펴보고 적당할 때 불러.
HUNTER'S LAMENT
그렇게 말한 도련님은 이번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원으로 쌩하니 가버립니다.
헤더 카터
아...네... (그 먼지구덩이 속으로 청소나 하러 저벅저벅 걸어들어간다.)
HUNTER'S LAMENT
헤더는 결국 먼지구덩이 속으로 홀로 들어섭니다.
[큰 주인님의 방], [리샨샨의 방], [사용인 방], [식당과 부엌], [정원]
헤더 카터
(큰 주인님의 방으로 향한다.)
HUNTER'S LAMENT
[큰 주인님의 방]
큰 주인님의 방입니다. 지금은 잠겨있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문은 열쇠로만 열 수 있습니다.
헤더 카터, 듣기 판정
헤더 카터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6 > 96 > 실패
HUNTER'S LAMENT
문 너머로 끼익, 끼익… 쇳소리가 들립니다. 창문이 열려있는 걸까요?
헤더 카터
(창문이 열려있는 걸까... 나중에 닫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리샨샨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HUNTER'S LAMENT
[리샨샨의 방]
리샨샨의 방입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에는 주인의 취향을 담은 가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이 방은 리샨샨의 가문 주인들이 어릴 적 한 번씩 머물고 가는 공간입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방은 큰 주인님의 방이었고, 수십 년 후에는 리샨샨의 자식이 이 방을 쓰고 있겠죠.
현재가 먼 과거가 될 때쯤, 자신은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헤더 카터,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HUNTER'S LAMENT
청소가 모두 끝난 방은 헤더가 손댈 부분이 없어 보입니다.
헤더 카터
(도련님은 성깔이 안좋으니까 방을 한 번 더 훑는다.)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실패
HUNTER'S LAMENT
아무리 봐도 깔끔한 것이 이 집안 사람들의 성질 머리는 이미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시종들이 매우 깔끔하게 치워두었어요.
헤더 카터
(깨끗하다...얼마나 들들 볶았으면... ;;)
(사용인의 방으로 간다.)
HUNTER'S LAMENT
[사용인의 방]
넓은 사용인 방에는 침대가 여럿 놓여 있습니다. 긴 세월 사용하지 않은 [촛대]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누가 챙겨온 것인지 모를 낡은 [책더미]가 한구석에 모여있습니다.
헤더 카터
(촛대의 먼지를 치운다.)
HUNTER'S LAMENT
[촛대]
헤더 카터,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시력이 나빠서 잘 못본다.)
(그러게 안경좀 맞춰주지)
HUNTER'S LAMENT
리샨샨의 가문 문양이 새겨진 은촛대입니다. 녹슨 건 물론이거니와 촛대 아래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습니다만,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헤더 카터
(책더미로 시선을 옮긴다.)
HUNTER'S LAMENT
[책더미]
헤더 카터, 행운 판정
헤더 카터
cc<=37 행운 (1D100<=37)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HUNTER'S LAMENT
사랑 얘기를 담은 유치한 로맨스 소설이 대부분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래로 누렇게 바랜 종잇조각 두 개가 뚝 떨어집니다.
[젠장, 스콜! 큰 주인님 방 열쇠를 잃어버렸어. 저택에 소식이 닿지 않게, 열쇠공을 불러줄 수 있을까?]
[에린스 네 멍청함이 독이 될 날이 올 줄 알았다니까. 부엌 밀가루 포대를 치우면 벽에 작은 구멍이 있을 거야. 그 구멍 속 유리병이 있고, 유리병에 열쇠들이 있으니 그걸 먼저 사용하도록 해.]
헤더 카터
(자신과 거리가 멀고... 아마 살면서 연이 없을 것 같은 로맨스 소설을 뒤로하고 사용인의 방을 나온다.)
(식당및 부엌으로 간다.)
HUNTER'S LAMENT
[식당과 부엌]
별장에 머무르는 동안 헤더가 하루에 세 번은 족히 드나들 공간입니다. 다녀간 고용인들이 재료 손질과 청소는 모두 끝내둔 상태입니다.
쪽지 내용대로 밀가루 포대를 들면 작은 구멍이 보이고, 그 구멍 속에는 유리병이 들어있습니다.
열쇠 꾸러미를 얻습니다. 다만 척 봐도 수십 개가 넘어 보여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헤더 카터
(열쇠꾸러미가 있으면 편하겠지. 제 열쇠를 찾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청소할 곳은 없어보인다. 저택은 매우 깨끗하고 준비되어있다. 정원으로 간다.)
HUNTER'S LAMENT
[정원]
별장 서문 테라스에서 이어진 자그마한 정원입니다. 낡은 분수에는 물 대신 이끼가, 연못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낙엽이 떠다닙니다. 간간이 관리됐는지 무성히 자란 나무와 꽃들은 짙은 풀 내음을 풍깁니다.
어느 책에서 본 비밀의 정원이 실존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리샨샨]이 정원에 놓인 하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습니다.
헤더 카터
(멀리 보이는 리샨샨이 형채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하게 보인다. 하얀 의자에 앉아있는 리샨샨을 향해 걸어간다.)
HUNTER'S LAMENT
[리샨샨]
깊게 잠이 든 건지 헤더가 인기척을 내도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평온한 낯은 평소보다 더 지쳐 보입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어라? 그는 손에 무언갈 쥐고 있습니다.
은밀행동 판정
헤더 카터
cc<=60 은밀행동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HUNTER'S LAMENT
접힌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 살피려고 하자, 누군가가 헤더의 이마를 손으로 꾹 눌러 밀어냅니다.
잠에서 깬 리샨샨입니다.
리샨샨
자는 사람을 건드리는 취미는 없을 테고. 죽고 싶어?
헤더 카터
아뇨... (밀려난다.)
리샨샨
뭘 하려고 나 몰래 내 손가락을 만져?
헤더 카터
(음....변명거리를 찾는다.) 아, 그... 도련님 손 위에 낙엽이 떨어져서...
리샨샨
... (헤더의 얼굴을 노려본다. 이 녀석은 거짓말도 못하면서 왜 매번 다른 말을 하는거야? -물론 솔직하게 말하면 두들겨 팬다.) 그래, 다른 짓을 하려는 건 아니었단 말이지. 증거도 없으니 이번엔 봐주지.
헤더 카터
네... (사실대로 말하면 두들겨 맞으니까, 잘 못하는 거짓말이라도 해서 둘러댈 수 밖에 없는 걸, 이 난폭한 도련님은 알아줄까...)
HUNTER'S LAMENT
들켰을 때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다년간의 노력으로 빚어진 임기응변 실력을 통해 잘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눈부신 노을이 하얀 게넷 저택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저택 너머의 숲에선 이름 모를 새들이 째르륵 울어댑니다.
저녁, 리샨샨의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 부엌에는 채소와 빵,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치즈나 말린 고기 등 식자재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헤더 카터
(요리는 나름 잘 하는 편이기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하여 음식을 만들고 식당으로 갖고온다.)
HUNTER'S LAMENT
긴 테이블에 홀로 앉은 리샨샨는 식사를 내와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먹는 둥 마는 둥, 느릿느릿 음식을 해치우는 리샨샨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리샨샨 앞의 그릇 중 육류만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리샨샨
이제 치워. (얼마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잘 먹었다는 한마디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헤더 카터
(저 태도는 익숙하지만... 육류를 거의 먹지 않은 건 이상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본인도 저녁을 먹은 후 뒷정리를 한다.)
HUNTER'S LAMENT
일과를 모두 마치자 검푸른 어둠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초겨울 쌀쌀한 한기에 절로 소름이 돋습니다.
초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든 채 복도를 거닐면….
리샨샨
헤더.
HUNTER'S LAMENT
당신의 주인이 복도에 유령처럼, 인기척 없이 서 있습니다.
리샨샨
여기 까지 와서 아직 호수의 호자도 구경 못해봤더니 잠이 안 와. 밤 산책이라도 가야겠으니 뭐라도 걸치고 따라와.
HUNTER'S LAMENT
리샨샨은 이미 오일램프를 쥐고 겉옷을 두른 채 나갈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말이 권유이지, 거절할 도리가 없습니다.
헤더 카터
(촛대를 리샨샨쪽으로 비춘다. 외출할 채비를 모두 마친 그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쉰다. 웬만하면 호수를 보고싶지 않다. 운치가 좋다고는 들었으나, 가고싶지 않았다. 포켓 안에 든 편지 때문이겠지.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편지는 심히 구겨졌을 거란 예상은 맞았다.)
...알겠어요, 겉옷만 걸치고 오겠습니다.
HUNTER'S LAMENT
막무가내인 도련님을 따라 별장을 나서고야 말았습니다.
별장의 뒷길로 이어진 오솔길을 거닐면 밤바람을 따라 사각사각 떨어지는 잎이 시야를 방해합니다.
2. 밤의 호수
리샨샨와 헤더는 부엉이가 울어대는 까만 밤, 단둘이 숲속을 걷습니다.
램프 빛에만 의지해 걸을 수 있는 친절한 숲이 아닌지라, 리샨샨은 자연스럽게 헤더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십 분 정도 느긋하게 걸으면 아름다운 게넷호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호수는 시야에 겨우 다 들어올 정도로 너르고, 고요합니다.
다시금 큰 주인님께서 주신 쪽지 내용이 아른거립니다.
리샨샨
달빛이 좋네, 여기서 쉬었다 가자.
HUNTER'S LAMENT
저 아이를 달빛 일렁이는 호수에 밀어버리렴…, 태평한 소리를 중얼대던 리샨샨이 오일램프를 두고 잔디 위에 풀썩 앉습니다.
달빛이 참으로 시린 날입니다.
헤더 카터
(달빛이 일렁거려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본다.) ...예쁘네요.
리샨샨
그러게. 꽤 괜찮은 경치야.
헤더 카터
(잔디 위에 앉은 리샨샨 옆에 한 발자국 물러서 서있다. 리샨샨과 넓은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온다. 큰 주인님은 어쩌자고 나한테 이런 편지를 준거야, 하고 원망한다. 저 아이를 달빛이 일렁이는 호수에 밀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이 망할 편지만 아니었더라면 참 좋은 경치였을텐데.)
HUNTER'S LAMENT
헤더 카터,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HUNTER'S LAMENT
리샨샨이 잔디밭에 몸을 기대는가 싶더니, 바닥을 짚던 손을 급히 듭니다. 자세히 보면 울긋불긋하게 물든 거즈가 붙여져 있습니다.
헤더 카터
(다친 손을 보면, 혼자만의 상념은 뒷전이 된다. 옆에 무릎 꿇고 앉는다.) 다치셨어요...?
리샨샨
뭐?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가 역시 손이 아프긴 했는지 앓는 소리를 낸다.) 아... 됐어. 신경 꺼.
헤더 카터
왜 다쳤는지 캐묻는 건 안 할 거지만..., 도련님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건 하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손을 보여달라는 듯 제 손을 내민다.)
리샨샨
(멀쩡한 손으로 헤더의 손을 쳐낸다.) 됐다니까... 내가 다 했다고. 이런 거 하나 혼자 못 할까 봐? 비켜. 짜증나게 굴지 말고.
헤더 카터
(내쳐진 손을 거둔다. 이렇게 짜증을 내면 본인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일어나면서 대답한다.) 그럼, 나중에 거즈 붙이기 어려우시면 불러주세요. 소독은.. 꼭 하시고요. 아시죠...?
리샨샨
(끊임없는 잔소리에 눈썹만 까딱한다. 한마디만 더했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두고보자는 뜻.)
헤더 카터
...(알잘딱 입을 다물고 호수를 쳐다본다.)
HUNTER'S LAMENT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당신의 병약한 주인이 추위에 몸을 떱니다.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 밤은 서늘합니다. 찬 바람을 너무 오래 쐬었을까요. 몸이 더 얼어붙기 전에 별장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오일램프의 불이 위태로이 흔들거립니다.
리샨샨은 호수를 떠나기 전, 빛무리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리샨샨
나무는 수분을 지키기 위해 잎을 떨군다고 해. 그 때문에 낙엽이 지지.
생존을 위해서는 전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HUNTER'S LAMENT
대답을 바라고 물은 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도련님은 곧바로 별장을 향해 몸을 돌렸으니까요. 생존을 위해선, 무엇이든. 꼭 헤더의 상황과 딱 떨어지는 문장입니다.
헤더 카터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질문이 어두운 숲에 먹혀 사라진다. 질문이 사라졌으니, 대답할 필요 또한 없었지만...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답변을 생각했다. 그건 나무라는 식물의 과학적인 매커니즘일 뿐이라고. 사람은... 그래, 도련님과 나 같은 사람은 낙엽을 떨궈야만 죽지 않는 나무와는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무와는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빽빽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수를 바라본다. 그것도 잠시, 곧 램프를 들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리샨샨의 뒤를 따라간다. 빛이 없으면 해가 뜰 때까지 이 숲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도련님은 고개를 돌려 호수를 보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테니... 병약한 주인의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차라리 이렇게 도망치는 건 어떨까... 이렇게 어둡다면 도련님과 나를 찾을 수 없을텐데. 하고.)
HUNTER'S LAMENT
도련님의 그 의미심장한 말은 헤더의 꿈자리마저 사납게 만들었고….
3. 불길한 방, 불길한 낮
-와장창!
다음 날, 헤더는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쨍한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고개를 들면 창밖은 해가 반쯤 고개를 뜬 이른 아침, 나뭇잎이 너울너울 떨어지고 있습니다.
소리의 근원지는 [큰 주인님의 방]입니다. …게넷 저택의 불길한 징조입니다.
어제 방문을 열지 못했으니, [정원]에서 창을 살필 수 있습니다.
헤더 카터
(정원으로 가 창문을 살핀다.)
HUNTER'S LAMENT
[정원]
정원을 빙 둘러 걸으면 큰 주인님의 방에 난 창이 보입니다. 아니, 이젠 창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박살 난 유리 조각이 정원 아래 한가득 깔려있습니다.
비릿한 철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헤더는 박살 난 유리 사이, 큰 주인님 방의 어떠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HUNTER'S LAMENT
큰 주인님의 방은… 바닥, 벽, 천장. 모든 곳이 피 칠갑이 되어 엉망입니다.
토기가 올라오는 검붉은 흔적에 이성 판정 1/1d2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비현실적인 상황에 한동안 멍해집니다.
혐오스러운 광경에 본능적으로 주춤거릴 때면, 누군가가 헤더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리샨샨
좋은 아침.
HUNTER'S LAMENT
이 별장에 남은 건 헤더와 리샨샨뿐이니, 당연하게도 상대는 당신이 모시는 도련님입니다.
리샨샨은 평소와 다름없는 낯으로 창을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합니다.
리샨샨
이 저택에 산짐승이 자주 들이닥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말이 사실이었나 보네. 전서구를 날려 사냥꾼과 방을 치울 하인들을 부를 테니 신경 쓰지 마.
헤더 카터
(그 말에 재차 시선이 간다. 산짐승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나...? 호화로운 방이 끔찍히도 엉망이 되었다. 리샨샨을 힐끔 내려다 봤다.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아,네... 알겠습니다.
리샨샨
(피차 놀란 기색도 없어 보이는 헤더를 보고 이런 점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다.)
HUNTER'S LAMENT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도 연약한 도련님은 태연히 반응합니다.
그는 정원에서 당신을 데리고 나와 잠시 달래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낼 것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말처럼 산짐승 하나가 날뛰었다고 방 전체가 붉게 물들 수가 있나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어긋나고, 틀리고, 상식과 현실 사이 틈이 생기고….
-괘종시계가 정각을 알리는 소리에 상념이 깨집니다.
큰 주인님의 방은 오후에 도착할 다른 하인이 치운다고 하였으니, 우선은 리샨샨의 일과를 챙깁시다.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헤더 카터
(밥하러간다.)
리샨샨
(밥 먹으러 간다.)
헤더 카터
(아침밥을 만들러간다.)
HUNTER'S LAMENT
[부엌]
헤더는 식자재를 꺼내던 중 조미료통 사이 [종이 뭉치]를 발견합니다.
[종이 뭉치]
수많은 레시피가 적힌 종이 뭉치입니다. 스튜, 블랙푸딩, 하기스, 타르트… 종이를 넘기다 보면 유독 자유분방한 필체의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다만 알아보기가 어려워 모국어임에도 해석하듯 글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국어 판정
헤더 카터
cc<=80 언어(모국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9 > 39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린스에게.
큰 주인님 방의 열쇠에는 네잎클로버가 새겨져 있단다. 멍청하게 하나씩 맞추지 말고 외우렴.]
헤더 카터
(멍청하게 하나씩 맞출 뻔 했군...)
(종이는 다시 원래의 자리에 넣어둔다.)
HUNTER'S LAMENT
식사를 하던 리샨샨은 몇 입 채 먹지 않고 식기를 내려둡니다.
별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느낀 바인데, 작은 주인님께선 평소보다 몸 상태가 더 나빠 보입니다. 그는 음식을 대부분 남기곤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리샨샨
아직 여독이 덜 풀렸어. 오늘 하루는 방에서 쉴 테니, 넌 내가 종을 울릴 때 빼곤 조용히 있어.
HUNTER'S LAMENT
즉, 오늘도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단 소리네요.
헤더가 식당을 치운 후 두 사람은 리샨샨이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서재로 향합니다.
고서 특유의 바닐라 향이 한껏 찬 서재는 간소하지만 책장에 빈틈없이 책이 채워져 있습니다.
리샨샨은 사다리를 끌고 와 읽을 책들을 고르기 시작합니다. 그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노라면….
당신은 책장의 책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있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특히 책장의 첫 시작 지점이요,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Robin Arrow, A Midsummer Night's Dream, As You Like It, Until, Yellow Room, Nightingale, Without Love….
책의 첫 글자를 따와 조합하면 run away가 됩니다.
헤더 카터, 지능 판정
헤더 카터
cc<=75 지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보통 성공
HUNTER'S LAMENT
도망가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청소를 맡았던 하인이 이런 불쾌한 장난질을 한 걸까요? 꺼림칙합니다.
다시 살피니, 책장의 끝 지점은 책등이 모두 붉은색입니다. 표지가 붉은 책들은 하나같이 제목이 없습니다.
헤더 카터
(불길해... 그리고 이런 불길한 예감은 꼭 맞는 법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표지가 붉은 책들 중 하나를 꺼내 내용을 확인해보려한다.)
HUNTER'S LAMENT
책을 꺼내려는 순간, 그 빈틈 사이로 형형하게 빛나는 청록색 눈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시간이 멈춘 듯 짧은 대치가 이어집니다.
리샨샨
헤더, 이 서재는 이전 가주들이 남긴 기록들이 많아. 귀한 것들이라는 뜻이지.
HUNTER'S LAMENT
읽을 책을 전부 고른 것인지 리샨샨는 책장 너머에서 걸어나 옵니다.
그는 당신을 꾸짖으며 살피려던 책을 제자리에 꽂아 넣습니다.
헤더 카터, 심리학 판정
헤더 카터
cc<=20 심리학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실패
HUNTER'S LAMENT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기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꼭, 리샨샨이 당신을 감시하기라도 한 듯이….
리샨샨
뭘 가만 보고만 서있어? 죄송하다고 해야지.
헤더 카터
(붉은 책이 제자리에 꽂히는 걸 가만히 보고있다가, 리샨샨의 질책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아, 네...죄송합니다.
HUNTER'S LAMENT
사과를 받아낸 리샨샨은 고개만 까딱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자유시간입니다.
당신은 전날 살피지 못한 [큰 주인님]의 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헤더 카터
(리샨샨이 서재를 나간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꺼내려다 저지당한 붉은 책을 슬쩍 꺼내서 표지를 본다.)
HUNTER'S LAMENT
아무리 찾아봐도 제목이 없는 책의 표지는 새빨간 색이라는 것 말고는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펼쳐보지 않는 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헤더 카터
(음...볼까...?)
HUNTER'S LAMENT
그 때입니다. 쾅, 하고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립니다.
리샨샨
카터. 내가 분명 여기 있는 것들은 귀한 책이니 더 관심 가지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죽고 싶은 거야?
심심하면 정원 손질이나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직접 놀아 주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해줄수도 있고? (살려두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같다.)
헤더 카터
(신속하고 조심스럽게 책을 제자리에 꽂아둔다. 찐따 - 이 시대에는 이런 단어는 없지만 이 단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같이 "어떻게 알고 오셨대..."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아뇨, 혼자 있겠습니다...
리샨샨
그래, 혼자 잘 할 수 있는 녀석인 걸 알아서 데려온 건데... 이러면 곤란해. 당장 나와. (아예 헤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문에 다리를 걸치고 나오길 종용한다.)
헤더 카터
(ㅎㄷㄷ....;; 곧바로 서재를 나온다. 문고리를 잡고 말한다.) 문 닫겠습니다...
리샨샨
비켜. 내가 닫을거니까.
헤더 카터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물러난다.) 아, 네...
리샨샨
(쾅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헤더에게 보란 듯 열쇠로 문을 잠그기까지 한다.) ... (째릿) 한번만 더 내 말을 거역했다간... 알지?
헤더 카터
(대답없이 고개를 숙인다.)
리샨샨
(묵묵히 고개를 숙이는 헤더를 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가 되돌아와 정강이를 차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진짜))
헤더 카터
(!? 생각보다 아프다...!! 윽..!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낸다. 리샨샨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맞은 부분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린다. 몸을 숙이고 바지를 슬쩍 걷어봤다. 어제부터 여러 번 맞아서 그런지 멍이 들어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고 같은 곳을 계속 걷어차는 건지 의문이군...)
(큰 주인님의 방으로 간다.)
HUNTER'S LAMENT
[큰 주인님의 방]
부엌에서 본 글대로 네잎클로버가 그려진 열쇠를 사용하면 큰 주인님 방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헤더 카터
(네잎클로버가 그려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HUNTER'S LAMENT
끼익, 오래된 목재 문을 열자 아침에 맡았던 비릿한 혈 향이 코를 괴롭힙니다.
창틈 사이로 보았던 끔찍한 광경 그대로입니다.
덕지덕지 피가 엉겨 붙은 천장, 벽지, 바닥…. 리샨샨은 산짐승의 짓이라고 하였지만, 당신은 서너 초도 지나지 않아 알아차립니다.
이건 필시 인위적인 참상이라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시선을 옮기면… 카펫에는 [검붉은 덩어리]가, 피가 스며든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탁자 위로 [깃펜]과 [종이 더미]가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벽지 사방으로 붙여진 [초상화]는 이전 가주의 얼굴들이나 피로 훼손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듭니다.
이성 판정 0/1.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1 > 51 > 보통 성공
(가까이에 보니까 훨씬 끔찍하군... 눈을 찌푸리게 된다. 그리고, 범인은 산짐승일 리 없음을 확신한다. 단 둘 뿐인 저택. 내가 아니니, 도련님의 짓이겠지. 가장 먼저 시야에 보이는 것은 카펫위의 검붉은 덩어리다.)
HUNTER'S LAMENT
[검붉은 덩어리]
구역질이 치미는 핏덩이로, 헤더의 허리께 높이의 작은 산짐승‘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헤더 카터
(으으....)
(표정을 구기면서 탁자 위의 깃펜을 본다)
HUNTER'S LAMENT
[깃펜]
헤더의 한 달 치 삯보다 값비싸 보이는 고상한 깃펜입니다.
관찰력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9 > 69 > 실패
HUNTER'S LAMENT
피가 군데군데 묻어 시선을 오래 두고 싶지 않습니다.
헤더 카터
(종이더미를 본다)
HUNTER'S LAMENT
[종이 더미]
어린아이가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듯한 낙서들이 한가득한 종이 더미입니다.
바랜 종이를 하나씩 넘겨보면 오른쪽 아래 끝에 ‘실패’란 글씨가 드문드문 적혀 있습니다.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1 > 71 > 실패
cc<=37 행운 (1D100<=37)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HUNTER'S LAMENT
누가 쓴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헤더 카터
(음.... 초상화로 시선을 옮긴다)
HUNTER'S LAMENT
[초상화]
역대 가주들의 초상화가 한쪽 벽면 가득 걸려 있습니다. 아름답고 기품있는 액자와 유화 그림은 피로 훼손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듭니다.
지능 판정
헤더 카터
cc<=75 지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1 > 31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이분은 큰 주인님, 이분은… 어라? 헤더가 기억하고 있는 가주의 수보다 초상화 개수가 배로 많습니다. 잘못 걸린 걸까요?
헤더 카터
(...많다. 가주들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텐데... 위화감을 느낀다.)
HUNTER'S LAMENT
체감상 긴 시간 동안 방을 살폈습니다. 리샨샨은 여전히 독서 중인 걸까요? 이어…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걸음걸이와 명랑한 목소리는 헤더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밝은 머리칼의 하인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줄리
어머, 헤더! 이 무시무시한 곳에서 뭘 하고 있던 거예요? 다른 하인이 청소하겠단 얘기를 분명 전달해 줬을 텐데!
이리 나와요. 피 냄새는 오래간답니다. 이 저주받은 방에서 어서 나와요!
헤더 카터
아, 줄리... 일찍 왔네요. (저주받은 방이라 불린 공간을 뒤돌아본다. 방을 나간다.)
줄리
네... (목소리를 낮춰) 작은 주인님의 성격을 알잖아요. (다시 아무렇지 않은 톤으로) 아무튼, 이런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니 별 수 없죠. 작은 주인님들이 방문 하실 때마다 이런다니 참...
헤더 카터
방문하실 때마다 라뇨...?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줄리
몰랐어요? 이 별장은 작은 주인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이런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산짐승 사체가 발견된다거나, 하인들이 실종된다거나….
헤더 카터
...몰랐어요. 음... 이런 불길한 저택을 처분하지도 않고 매번 찾아와, 그대로 쓰는군요...
줄리
그러니까 말이에요, 다들 담력도 좋아... 참! 헤더, 에린스 님과 아는 사이였나요? 저희 저택에서 아주 오래 일하시고, 지금은 남부 성에 홀로 지내시는 분인데… 하여튼 헤더님께 꼭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헤더 카터
(에린스라면... 편지의 수신인으로 봤던 이름이다. 나에게, 편지를...?) 아...네, 뭐. (대충 얼버무리면서 편지를 건네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HUNTER'S LAMENT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헤더를 어떻게 알고 편지를 남긴 걸까요?
정갈하게 포장된 편지 봉투 속, 짤막하게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장 그 괴물이 사는 별장에서 도망치세요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호수로 가세요
호수 주변 가능 큰 침엽수 아래를 살펴
제발 살고 싶다면
마지막 문장은 아주 급히 휘갈겨 쓴 티가 납니다.
괴물, 별장, 호수… 살고 싶다면? 괴상한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줄리가 당신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줄리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에린스 님께서 편지를 확인한 후 반드시 불태우라고 하셨어요.
헤더 카터
! ...(짧은 편지글을 눈으로 여러 번 다시 읽어본다. 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요즘 정말 불길한 편지가 많이 발송되어 오는 것 같다. 줄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맙단 인사를 건넨다.)
HUNTER'S LAMENT
대화를 끝나자 줄리는 부지런히 큰 주인님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복도는 여전히 고요합니다.
꺼림칙한 구토감이 몸집을 키우고, 형태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차오릅니다. 이 모든 게 큰 주인님이 벌인 일일까요?
어서 리샨샨을 처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져 속이 메스껍습니다.
복도에 멍하니 서 있으면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딸랑, 맑고 고운 종소리가 울립니다.
리샨샨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헤더 카터
(타이밍이 참 좋은 도련님이시군. 지금은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맑은 종소리를 들으면 도련님에게 가야하는 게 하인이라는 직책인 것이다. 리샨샨에게 간다.)
HUNTER'S LAMENT
리샨샨의 방으로 가면, 그는 침대에 누워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책을 탁자에 내려둡니다.
리샨샨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좀 자고 있을 테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깨워. 그리고 지금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손을 내민다.) 내가 잘 수 있을 때까지 손을 내놔.
헤더 카터
네...? (영 어울리지 않는 명령에 얼이 빠져 되묻는다. '다시 듣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으므로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리샨샨의 손을 잡는다. 불길한 편지나, 속이 메스꺼운 방을 보고 와서 그런가, 도련님을 대하는 게 평소보다 껄끄럽게 느껴진다. 침묵이 어색하여 먼저 말을 건다.) 그..., 안녕히 주무세요.
리샨샨
(헤더가 손을 잡아주자 편하게 잠들 수 있는 자세를 찾아 조금 뒤척거린다. 이어지는 헤더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고 손에 힘을 꽉 준다.) 안녕히 잘 수 있겠어? 잠이 안 오니까 네 손이라도 빌려 자보겠다는 거잖아.
HUNTER'S LAMENT
확실히 리샨샨은 전날보다 더 창백한 낯을 하고 있습니다. 맞잡고 있는 손도 식은 찻잔처럼 딱딱하게 굳어, 살결이 시립니다.
헤더 카터
(손이 차갑네... 상대적으로 제 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새삼 제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된다. 이 저주받은 저택에 온 뒤로, 더 아파보이는데... 꺼림칙한 도련님이지만, 그의 차가운 손을 맞잡고, 그의 창백한 낯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걱정하겠지. 제 손보다 작은 손을 놓지 않고 가만히 잡고 있는다.)
계속 잡고 있을 테니 주무세요.
리샨샨
... 짜증나... (체온이 있어야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아 헤더를 부른 것이지만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싫다. 사실은 제 쪽이 차가운 것에서 화가 나는 것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분노가 남아 있어도,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기대어 잠이 든다.)
HUNTER'S LAMENT
잠에 든 리샨샨은 조용합니다.
조용해진 주위에 에린스의 편지가 재차 떠오릅니다.
본능이 소리칩니다.
에린스의 편지, 곳곳의 핏자국, 호수, 호수, 아름다운 게넷 호수… 당신은 생존을 위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해는 여전히 높이 떠 있어 저녁 식사 시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헤더 카터
(리샨샨이 잠에 든 이후로도 몇 분간 그의 미지근해진 손을 잡아주고 있는다. 에린스의 편지, 곳곳의 핏자국, 호수, 호수... 상념이 잡념처럼 마구잡이로 섞일 때 쯤에야,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리샨샨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고 방을 나간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불이 붙은 촛대에 에린스의 편지를 태운다. 저택을 나서 호수로 향한다.)
HUNTER'S LAMENT
4. 사냥
낮의 숲길은 평화롭습니다. 간간이 울어대는 산새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어집니다.
울긋불긋하게 물든 길은 썩 좋지 않은 광경을 떠올리게 하지만요.
에린스는 가장 큰 침엽수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고 적어두었지요. 호수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바스락, 바스락.
두 걸음 소리가 겹칩니다.
산짐승이라기에는, 헤더의 보폭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점점 더 가까이.
…
아, 지금 당신은 누군가에게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민첩 판정
헤더 카터
cc<=50 민첩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낯선 이의 인기척이 바짝 가까워집니다. 뒤를 돌면 단풍나무 사이 인영이 언뜻 보입니다.
당신이 달리자 상대도 따라 달립니다.
이성 판정 0/1d2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HUNTER'S LAMENT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려두었지만 이건 마치... 사냥감이 된 것 같습니다.
좁은 숲길이 아닌 탁 트인 호수로 가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질까요?
단풍나무 사이를 급히 가로지르자 풍경이 휙휙 바뀝니다.
나뭇가지에 걸린 것인지, 소매가 북 찢어지는 소리가 선명합니다.
자꾸만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이 별장과 숲은 사유지라 누구도 올 수 없을 텐데? 사고가 흐려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활짝 열린 길이 보이고, 커다란 침엽수가 눈에 들어올 때쯤…
휘익, 푹!
화살이 헤더의 볼을 스쳐 눈앞의 나무에 처박힙니다. 뺨에 붉은 실선이 그려집니다,
헤더 체력 -1.
한 걸음, 아니 반걸음만 더 왼쪽에 섰더라면, 지금쯤 당신의 머리는….
뒤를 돌아봐요, 헤더, 당신을 겨냥한 사냥꾼은 우뚝 멈춰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을 하고서요.
리샨샨
…헤더?
HUNTER'S LAMENT
분명 곤히 잠들었던 리샨샨이 활을 붙잡고 서 있습니다. 그는 답지 않게 놀란 듯 당신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핍니다.
그는 산짐승과 당신을 착각하여 쏘았다고 연신 사과합니다.
리샨샨
미안... (찢어진 셔츠나 볼에 난 상처를 보고는)다친 곳은 없지?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자. 옷은 꿰매면 되니까.
HUNTER'S LAMENT
답지 않게 사과하는 모습부터 불길합니다. 작은 주인님은 당신을 재차 살피며 손을 내밉니다.
헤더 카터
..... (나무에 쳐박힌 화살의 반대편에서, 활을 들고 걸어와, 제 안부를 살피는 리샨샨을 내려다본다. 볼에서 흐르는 피를 닦는다. )
(정말 그 말대로다. 답지 않게 연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용서해야 할 것 같아진다. 내가 사냥감이 되다니..! 어떻게 하면 들짐승과 사람을 착각하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아..., 뭐... 네. 다친 곳은 딱히...(한숨을 쉰다.) ... 주무시지 않았어요?
리샨샨
(헤더의 바로 옆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 태연하게 화살통에 넣는다.) 응. 깼어.
헤더 카터
... 몸도 안 좋으신데 왜 갑자기 사냥을 하시고...
리샨샨
오히려 사냥을 안해서 혈액순환이 안됐었나? 싶어서. 그런데... 반대로 네 안색이 더 안 좋아졌네. 빨리 돌아가자. (손을 내민다.)
헤더 카터
(사냥을 해서 혈액순환이 된다니, 그럴리가 없잖아..., 내 안색이 안 좋아진게 다 누구 때문인데? 라고 속으로만 태클건다.)
아...음, 그... 저는 호수를 좀 보고 싶어서 그런데, 저는 신경쓰지마시고 먼저 들어가시죠.
리샨샨
무슨 소리야? 당연히 같이 돌아가야지. (헤더의 뺨에 난 생채기를 만져 피를 닦아내...려고 했지만 닦이진 않고 번지기만 했다.) 정말 실수로 그랬어, 미안하다니까. 네가 없으면 산짐승들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걸.
헤더 카터
그 활 솜씨라면 산짐승에게 당하실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말했다. 태클.)
리샨샨
... (말대꾸?)
헤더 카터
....
리샨샨
(말없이 노려본다. 손은 여전히 내민 채다.)
헤더 카터
... (눈을 못 마주치겠다... 부담스럽다...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다. 아까 누구 덕분에 목숨이 위태로워서, 손이 아직 축축하다.)
리샨샨
윽, 축축해...
헤더 카터
....그럼 뺄게요... (스윽...뺀다)
리샨샨
됐어. 넌 그냥 내 말이나 들어. (손을 더 꽉 잡는다.)
헤더 카터
하아...
HUNTER'S LAMENT
에린스가 편지에 써둔 것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도련님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없고 부상도 있으니 그의 말대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리샨샨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헤더는 아까의 상황을 회상합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섬찟한 소리와 함께 단풍나무에 꽂히던 화살, 활을 들고 분명히 당신을 겨냥하던 리샨샨.
오소소 소름이 돋습니다. 그때 리샨샨의 표정은 어땠나요?
그는 분명…
무덤덤하게 목표물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헤더는 리샨샨와 함께 별장으로 돌아오고, 어제처럼 간단한 식사를 준비한 후 일과를 마칩니다.
그사이에 큰 주인님의 방은 말끔하게 치워져 고상하고 화려한 가주의 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줄리 역시 떠나고, 다시 저택에는 리샨샨과 헤더 단둘뿐입니다.
사용인 방에서 낮에 있던 일을 곱씹자 쉬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새벽녘 동틀 무렵까지도요.
한참을 뒤척이면 누군가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지금 당신을 찾아올 사람이라곤… 호수에 빠져야 할 가련한 작은 주인님이 전부죠.
그 역시 불면에 시달리기라도 한 걸까요?
리샨샨
헤더, 아까 네가 재워준 방법 말인데. 네 손을 안 잡고 있으면 효과가 없어.
헤더 카터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어스름한 창문 밖의 모습에 시간대를 대충 예상해본다.) 그야... 손을 잡아주는 게 다니까요.
리샨샨
그래? 난 이상하게 잠이 잘 와서 약이라도 먹인 줄 알았는데. (살벌한 말과 어울리지 않게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헤더를 향해 손을 내민다.)
헤더 카터
먹일 리가 없잖아요... 있으면 저도 먹고 싶은 심정이네요. (침대에서 일어난다. 손을 내민 의미는... 본인을 재워달라는 거 겠지? 난 결국 밤 새는구나... 떨떠름한 얼굴로 리샨샨의 손을 잡는다. 제 방문을 열고 고개를 돌리며 되묻는다.) 가실거죠? 도련님 방...
리샨샨
하긴... 뭐. 됐어. 여기서 잡고 있다가 잠이 오면 알아서 돌아갈게. 그냥 손이나 잡고 있어.
헤더 카터
...? (왜 내 편의를 봐주는거지. 도리어 불길하다. 이렇게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정말 그러셔도 되겠어요...?
리샨샨
그렇다니까. 너 아침부터 계속 토 달래? (말을 잘 듣는 건지 아닌건지. 결국 또 화가 난다.)
헤더 카터
(제 방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 그래도 역시 하인이 침대에 누워있고 도련님이 그 옆에 앉아있는 모습은 꽤나 하극상인 게 아닐까. 보는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서 앉는다.) 그럼, 도련님이 침대에 누워계세요.
리샨샨
그래. (빼는 것 없이 당연하다는 듯 남의 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너... 아까 호수는 왜 간 거야? 뭐 찾는 거라도 있어?
헤더 카터
... (뜨끔, 이라는 표정이다. 거짓말도 잘 못하고, 얼굴엔 금방 티가 나고... 참 정직한 성정이다.) 아...아뇨, 그냥 호수가 보고싶어져서요.
리샨샨
흐음... 그래? 난 또 다른 사용인들처럼 저주라느니 뭐니 하며 이상한 소문에 동조하는 줄 알았지. 워낙 조용한 곳이니까 그 정도 소문이 아니면 심심한가봐. 어차피 난 휴가 때만 내려오니까 말릴 마음은 안 들지만, 내 옆에 있는 너까지 휘둘리는건 곤란해.
헤더 카터
(저주에 걸린 것 맞는 것 같은데요...괜히 그런 소문이 돌겠어요? 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뭐... 조용하긴 하네요. 새벽이라 그런가, 풀벌레 소리도 나지 않고. (잠시 침묵한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적막만이 방 안을 맴돈다. 리샨샨의 손을 고쳐 잡아주며 묻는다.) 그러고보니 작은 주인님들은 대대로 이 곳에 온다고 하던데...도련님도 이 곳이 좋으세요?
리샨샨
(조용하다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는 헤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린다. 자신의 손을 덮고 있는 온기에 이 정도는 봐주자고 생각하며 참고 있다.) 네 말대로 대대로 오는 곳이니까 오는 거지. 별 생각은 없어. 아- 호수는 확실히 봐줄만한 편이라고 생각하긴 해.
헤더 카터
이런 음산한 저택을 잘도 대대로 쓰는군요... 아. (이런, 실수로 말해버렸다.)
....그, 그럼 주무세요. (급히 말을 돌린다;;)
리샨샨
됐어. 서민들의 생각따윈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니까. 이 저택의 땅 값을 알면... 휴~됐다 됐어.
헤더 카터
(확실히 감도 안잡힘....)
리샨샨
음... 쓸데없는 말을 해서 그런가... (눈을 비빈다.) 좀 잠이 오는 것 같네.
이제 갈게. 너도 괜히 휘둘리지 말고 잠이나 자.
헤더 카터
아, 네.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 방문을 열어주면서 도련님을 배웅한다. 인삿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 좋은 꿈 꾸세요.
HUNTER'S LAMENT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잠이 오자 리샨샨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어느새 창밖으로 새빨간 해가 느릿하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불길한 저택에도 아침 햇살은 떨어집니다.
5. 당신만을 위한 인형극
선잠이 든 후 헤더는 몽롱한 기운에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속이 좋지 않습니다. 악몽을 꾼 것 같기도 하고요.
창밖은 이른 아침입니다. 폐부를 채우는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시립니다. 간단한 별장 청소를 마치면 헤더는 리샨샨의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이동합니다.
어제부터 리샨샨가 입맛이 없어 보였으니 오늘은 먹기 쉬운 수프라도 끓여볼까요. 그나저나… 어제 쓴 소금이 마지막이었는지 여분의 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식자재 창고]로 가야겠습니다.
헤더 카터
(식자재 창고로 걸음을 옮긴다)
HUNTER'S LAMENT
[식자재 창고]
주방에서 이어진 지하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좁은 창고가 보입니다. 창 하나 없어 어둡고 습한 공간입니다.
차곡차곡 쌓인 상자에는 잉크로 식자재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소금은 탑처럼 쌓인 상자의 가장 꼭대기에 있습니다. 배려 없는 배치군요.
헤더 카터
(키는 큰 편이니, 남들보단 편하게 소금을 내린다.)
HUNTER'S LAMENT
상자를 무사히 옮깁니다. 소금 봉지를 꺼내면 그 아래 깔린 편지 한 장이 보입니다.
편지? 이런 곳에 편지지라니요, 살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발신인 : 스콜
에린스에게
살려줘, 에린스
나, 작은 주인님께서 무얼 준비하는지 봐버렸어.
단둘이 이곳에 남자고 할 때부터 이상하단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호수 근처 가장 큰 침엽수 아래에 [독]을 숨겨뒀어
내가 그걸 사용했다면 나는 살아남은 거야
만약, 그대로 있다면…
(다른 필체의 글입니다)이 편지를 읽게 되는 불쌍한 하인에게. 독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편지와 함께 동봉된 건 별장 지도입니다. 사용인 방 아래 숨겨진 [지하실]이 눈에 띕니다. 지하실은 숨겨진 별장 [뒷문]과 이어집니다.
헤더 카터
...! 독...이라고? (아직 있다는 건, 스콜이란 사람은... 별장지도를 열어본다. 이른 아침의 졸림이 싹 가시는 듯 하다. 소금이 동난 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줄리가 말한 사용인의 잇따른 실종. 아마도 작은 주인님도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프다.)
HUNTER'S LAMENT
연극의 한 장면처럼 헤더가 편지를 모두 읽은 후 숲속 까마귀가 울어댑니다.
특별한 판정 없이도 당신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전의 작은 주인님, 그러니까 지금의 큰 주인님과 함께 별장에 남았던 하인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마저도…
별장의 비밀을 엿본 헤더는 이성 판정 0/1d2.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1d2 (1D2) > 1
HUNTER'S LAMENT
충격으로 휘청이는 헤더의 머리속엔 답이 없는 질문들만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큰 주인님께서 당신에게 사주한 일은요? 애초에 하인이 죽은 이유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극이라면 필시 주인공은 헤더일 겁니다.
종류는 인형극이나 촌극, 어딘가 잘 짜인 판 위 온몸이 사건에 얽혀든 건 가련한, 당신.
딸랑, 청명한 종소리가 상념을 깹니다.
리샨샨이 헤더를 부르고 있습니다.
헤더 카터
... (문득 활을 들고, 정확히 날 노려보던 리샨샨의 눈빛이 머릿속을 채운다. 무덤덤하게 사냥감을 겨냥하던 그 눈빛이... 맑은 종소리가 울리는 창고 밖을 바라본다. 역시 타이밍 하나는 참 나쁜 도련님이야. 이번에도 본인의 의사는 상관이 없었다. 종이 울리면 가야한다... 단지 그 뿐이다. 별장지도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HUNTER'S LAMENT
당신은 의지와 상관없이 종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리샨샨은 방이 아닌 접대실에 서 있습니다.
손으로 천천히 쓸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축음기네요. 그가 SP판 위로 바늘을 올리자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리샨샨
어때?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이 저택에도 판이 있더라고.
헤더 카터
(매우 심란한 제 속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리샨샨이 튼 노래는 경쾌하게 접대실 안을 채운다.) 아... 네, 저도 좋아해요. 이 곡.
리샨샨
네가 이런 노래도 알고 별일이네.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것을 입가에 띄고 있다.)
(하지만 노래가 길게 이어질 수록 낯빛이 어두워진다. 표정 관리도 어려운 듯 아예 인상을 쓰며 노래를 듣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 소리에도 괴로워 하는 것처럼 한쪽 손을 들어 귀를 막아버린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 좀 가져와.
HUNTER'S LAMENT
테이블에는 은제 티스푼과 쿠키, 식은 차가 따라진 [찻잔] 있습니다. 언제 우린 걸까요?
헤더 카터
(평소 같으면 리샨샨의 안색을 살피고 신경 써줄테지만, 이쪽도 그럴 여유가 없나보다. 리샨샨을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리샨샨이 괴로워하는지, 귀를 막아버렸는지, 인상을 쓰는지, 알지 못한다. 줄곧 바닥을 보고 있다가, 테이블로 시선을 옮긴다. 찻잔을 들고 온다. 접대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리샨샨을 본다. 좋아하는 클래식 곡을 듣고 있는데도 끔찍한 것을 듣는 것 같은 도련님을 보고, 당황한다.) ...도련님?
리샨샨
난 신경쓰지 말고... 그거, 남길 순 없으니까 네가 먹을래?
HUNTER'S LAMENT
헤더 카터,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HUNTER'S LAMENT
연둣빛을 띠는 찻잔에는 꽃잎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썩어 문드러진 꽃잎이요. 찻잔 바닥에는 검푸른 액체가 고여있고, 까맣게 썩은 꽃잎들은 계속해서 바스러집니다.
혹시, 설마, 어쩌면. 끔찍하고 기분 나쁜 상상이 당신을 좀먹고 자랍니다. 헤더가 티스푼으로 찻잔을 저어본다면 은제 티스푼은 금세 검게 변합니다. 독입니다.
리샨샨이 기어코 당신에게 독을 먹이려 한 것입니다!
곧 꽃잎은 잿더미처럼 퍼져 형태를 잃습니다. 등 뒤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야가 닿지 않더라도 본능에 가까운 자각입니다.
꼭, 사냥꾼에게 노려지는 것처럼….
뒤를 돌자, 이불 사이 홀로 형형하게 빛나는 청록색 눈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는 조용히 속살거립니다.
리샨샨
봤어?
HUNTER'S LAMENT
이성 판정 1/1d3.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HUNTER'S LAMENT
6. 그렇게 낙엽이 진다
오래된 별장 나무 바닥이 쿵, 쿵 진동합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뻣뻣하게 굳은 몸은 영문도 모르고 휘적입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헤더는 자리에서 일어난 리샨샨을 피해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을 죽일 겁니다.
살인의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존, 추론도 결국 생자의 것. 지금은 어서,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
언뜻 보이는 창문과 창밖의 정문은 모두 굳게 잠겨있습니다.
그렇다면 출구는…
지도에서 본 사용인 방 아래 [지하실]이 떠오릅니다. [뒷문]과 이어지는 공간이었죠.
하지만 사용인 방에 도착한 헤더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틀 동안 사용인 방에서 지내며,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이나 계단 따위를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관찰 판정
헤더 카터
cc<=40 관찰력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5 > 15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헤더는 정신없이 방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수상할 정도로 바닥에 널브러진 [책더미].
헤더 카터
(책더미를 급히 치운다. 와르르 소리를 내며 불규칙하게 쌓인 책들이 무너진다.)
HUNTER'S LAMENT
책더미를 파헤치자 사각형 홈과 손잡이가 보입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리샨샨의 느릿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밧줄로 된 손잡이를 끌면… 뚝, 힘 조절에 실패해 끊어지고 맙니다.
홈을 잡고 문을 끌면 손톱 아래로 피가 고입니다.
지하는 컴컴하고 곰팡내가 진동하는 불길한 장소입니다.
천장을 내려치는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저 먼 곳에서 흰빛이 쏟아집니다. [뒷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분명합니다.
그곳으로 뛰어갈수록 막힌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핏자국, 아주 오래되어 까맣게 굳어버린 핏자국이 보입니다. 동그란 원을 그리며 떨어진 혈액은 밖을 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군가가 도망쳤던 길을 완벽히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말마저 같아서는 안 되지요. 다급히 [뒷문]을 여는 순간,
푹! 천장에서 내려온 화살이 당신의 어깨를 스칩니다. 격통과 함께 피가 흐릅니다, 체력 –1.
맥없이 부서진 천장의 구멍 사이로 다시 목표물을 겨냥하는 리샨샨이 보입니다.
리샨샨
괜히 힘 빼지 말지?
HUNTER'S LAMENT
열기 탓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리샨샨이 속삭입니다.
고압적인 태도는 평소와 같지만 사냥감을 노리듯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절대 정상이 아닙니다.
낡은 뒷문이 끼이익, 비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열립니다.
도망가지 않을 이유 따윈 없습니다. 살고 싶다면 다시 달려요, 헤더.
낮의 숲길은 평화롭습니다. 간간이 울어대는 산새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어집니다.
두 걸음 소리가 겹칩니다. 산짐승이라기에는, 당신의 보폭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점점 더 가까이.
…
지금 당신은 리샨샨에게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인기척이 바짝 가까워집니다. 뒤를 돌면 단풍나무 사이 인영이 언뜻 보입니다. 달린다면 리샨샨도 따라 달립니다.
이성판정 0/1
헤더 카터
cc<=70 이성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3 > 23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당신은 그의 사냥감입니다. 단풍나무 사이를 급히 가로지르자 풍경이 휙휙 바뀝니다.
민첩 판정
헤더 카터
cc<=50 민첩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1 > 11 > 어려운 성공
HUNTER'S LAMENT
푹! 달리는 당신을 겨냥해 날아간 화살이 당신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갑니다.
홧홧한 열상과 함께 진득한 피가 흘러내립니다. 체력 –1.
다시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매섭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린 것인지, 소매가 북 찢어지는 소리가 선명합니다.
자꾸만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쫓아옵니다.
사고가 흐려집니다. 이번에 잡히면 정말 죽게 될 겁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활짝 열린 길이 보이고, 커다란 침엽수가 눈에 들어올 때쯤…
리샨샨
멈춰!
HUNTER'S LAMENT
리샨샨의 사나운 외침, 당신은 미처 피하지 못한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헤더는 낙엽 사이를 한바탕 어지럽히고 커다란 침엽수 앞까지 굴러갑니다.
경이감이 들 정도로 우뚝 솟아있는 침엽수… 아, 에린스가 말한 그 나무입니다. [독]을 숨겨둔 나무말이에요.
눈앞이 핑핑 돌고, 판별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넘어진 상처가 얼얼해 자꾸만 그쪽으로 신경이 쏠립니다.
다시금 리샨샨이 쏜 화살이 날아옵니다.
헤더 카터
윽...! (흰 와이셔츠가 피에 젖어 번진다. 침엽수 주변을 급히 두리번거린다. 독을 숨겨둔 곳을 본능적으로 찾는다.)
HUNTER'S LAMENT
헤더가 유리병을 집는 것과 동시에, 리샨샨이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그러나 불덩이처럼 뜨겁고 약해진 작은 주인님은 쉽게 제압당합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찰나, 리샨샨은 화살을 쥐고 당신을 노려봅니다.
당신은 그의 위에서 독이 든 유리병을 들고 있습니다.
리샨샨
헤더,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냥 네가 나를 위해 죽어줘. 나도 전부 끝내고 싶어서 그래.
헤더 카터
하아, 하...윽. (리샨샨의 위에서 가빠진 숨을 급히 몰아쉰다. 화살에 스치고, 다친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화살대를 잡고 옆으로 치운다.) 절 죽여서, 뭘 끝내시겠다는 건데요..?!
리샨샨
헤더... 너까지 날 힘들게 하지마. (화살대는 빼앗겼지만 화살은 쥐고 있다. 어디서 나오는 지 모를 힘으로 화살만은 꽉 잡은 채 놓지 않고 있다.)우리 가문은 아주 먼 옛날부터 15세를 넘지 못하는 저주를 받아왔거든.
그래서 네가 필요해. 이해하지? 난 계속 아팠잖아. 널 호수에 넣기만 하면 내가 대신해서 살 수 있어.
HUNTER'S LAMENT
리샨샨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집니다.
꺼지기 전 활활 타오르는 양초처럼 화살을 쥔 손이 덜덜 떨리며 당신의 목을 긁어댑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죽기 전 초인적인 힘이라도 내는 건지 평소 작은 주인님과는 다른 악력입니다.
…아파요, 숨을 내쉬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저 날카로운 화살촉이 당신을 꿰뚫을 겁니다.
리샨샨
그러니까 빨리 죽어줘.
HUNTER'S LAMENT
번들거리는 눈의 핏줄이 전부 터진 채, 한마디도 하기 힘들어보이는 리샨샨이 기어코 피를 토하며 말합니다.
당신의 손에는 당장이라도 그 허약한 입을 막아버릴 [독]이 있습니다.
호수 위로 날아든 새들의 그림자가 추상화처럼 흐트러집니다.
그 게넷 호수를 장식하는 낙엽들, 낙엽 위의 우리. 나무는 살기 위해 낙엽을 떨굽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무얼 해야 하나요?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아, 이것은 분명한… 사냥꾼의 비탄.
헤더 카터
(날카로운 화살촉이 정확히 제 목을 겨누고 있다. 본능적으로 심장이 거세게 뛰고, 식은땀이 흐른다. 심장소리가 시끄러워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죽으라고 종용하는 듯한 사냥꾼의 눈빛... 생존을 위해 망설임 없이 제 목에 화살촉을 찔러 넣을 나의 도련님. 제 목숨은 지금, 아니... 독을 든 찻잔을 들었을 때부터, 아니... 이 저택을 오르는 마차에 탔을 때부터, 아니...큰 주인의 편지를 받았을 때부터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생각했다. 이 어린 도련님을 죽여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삶을 지켰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어린 아이를 죽이고서라도 살아남은 생명을 생존이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다! 죽으니만 못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독이 든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심호흡을 크게 한다. 들이쉬고 내뱉는 숨은 덜덜 떨리고 있다. 밭은 숨을 몇 번 불규칙하게 내쉬곤 눈을 질끈 감는다. 이미 죽을 운명이라면 적어도 어린아이에게 살인을 시키고 싶진 않다...그대로 고개를 꺾어 스스로 독을 마신다. )
HUNTER'S LAMENT
ENDING 1 사냥꾼의 비탄
당신은 사냥꾼을 위해 몸을 던져 자신의 삶을 바쳤습니다.
곧 목구멍이 찢어질듯한 고통이 당신을 덮칩니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고통. 각혈한 피는 중력을 따라 아래로 떨어집니다.
리샨샨은 그저 멍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 냄새를 맡은 것인지 까마귀들이 날아와 둘의 주변을 맴돕니다.
리샨샨
헤더, 미안해. 진심이야.
HUNTER'S LAMENT
시야가 흐릿해져 갑니다. 그의 표정을 제대로 살필 수 없어, 진의를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몸이 기우뚱 넘어지면 아까와는 반대로 리샨샨이 당신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붉은 단풍잎이 관자놀이를 간지럽힙니다. 차게 식어가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리샨샨은 당신의 이마에 대고 주문처럼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리샨샨
너를 아주 오래... 오래 기억할게.
HUNTER'S LAMENT
끝으로 아주 밝은 빛이 리샨샨의 손끝에서 터져 나옵니다.
몸은 자유를 잃습니다. 암시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하여, 리샨샨은 살아남았습니다.
아마 당신은 호수에 빠졌을 거예요.
죽은 자의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포말이 됩니다.
영원히, 사냥꾼의 비탄 속에서.
나의 삶은 빼앗긴다.
ENDING 1 사냥꾼의 비탄
리샨샨 생존 헤더 카터 로스트